서론
잠시 꿈을 꾼 듯, 한 해의 결승선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여전히 누구보다 빠르지 않았지만 뜻깊은 순간의 연속이었으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제법 힘들기도 했습니다. 또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번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버티며 서 있었습니다.
완벽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제 자신을 계속 뒤돌아 보게 만들더군요. 그 순간에도 쉼 없이 달렸으며 수 없이 많은 생각들과 걸어온 여정은 결코 가치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묵묵히 앞만 바라보며 나아갈 뿐이니까요.
'틀린 질문에서 옳은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최민식 영화배우님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한 대사의 일부입니다. 올해는 이 문장과 동일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단어들과 함께 회고록에 녹아내어 보려고 합니다.
결정
한 해 얼마나 많은 결정을 했을까. 24년도를 맞이하며 처음 중요한 결정을 했던 순간은 동아리 제의를 받았을 때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여전히 혼자서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학부생끼리 모여서 무언가를 한다라는 것이 저에게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처음 동아리에 참여하는 것을 좀 깊게 생각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내가 동아리에 들어가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정말 도움이 되는 건 맞을까. 괜히 사람만 만나다 끝나는 건 아닐까. 중요한 결정 앞에 놓인 여러 생각들 가운데,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동아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것은 "학교에 혼자 남아 있다고 하여, 사람들이랑 친해지길 거부하는건 아닐까 만약 그런 거라면 가차 없이 들어가자." 마음속에 남아 있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사실을 떠올린것 같습니다. 작년 혼자서 모든 걸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대인관계까지 기피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던 명백한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가 만족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하려면 주변에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이게 과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결정을 한 것이 말이죠. 두 번 다시없을 기회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에 반대의 결정을 했다면 후회할 뻔했네요. 그렇게 동아리라는 동아줄을 붙잡으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KNUTICE'는 동아리 회장님, iOS 개발자분과 함께 기획하고 설계하며 개발, 운영까지 해볼 수 있었던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현재도 지속적인 개선과 운영 및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이거 할 시간에 알고리즘에 더 집중해야 되지 않을까. 최고의 결정이라고 말한 것 치고 모순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과거의 저에게 저런 생각들이 오히려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이 매번 오는 기회가 아니죠. 어떤 대학생활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내 직관을 믿고 결정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결정으로 인해 여러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 동아리 면접때, 알고리즘 스터디를 진행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여유가 없어 늦게 시작했지만, 모두가 잘 참여해 주었고 뿐만 아니라 방학 동안에도 꾸준히 참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 주어 운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리즘은 컴퓨팅 사고력에 큰 도움이 되고, 아직까지도 잘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즐거워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번 기회에 많이 들어보게 되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혼자 알고리즘을 공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 사실 그리고 학습이 더 잘 된 것 같아 만족감도 있었습니다.
성취
올해는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 군대 동기 그리고 1학년때 잠깐 알고 지냈던 친구와 연락이 닿으면서 공모전에 참여하자는 제안이 오게 되었고, 팀장역할을 맡으며, 지인 두 명 그래서 총 5명이 팀으로 한이음 공모전에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제는 '위치 기반 도매 광고 플랫폼' 짧게 소개하면, 본인 위치를 기반으로 각 도매건물에 입장하면 그 건물에 입점해 있는 광고들을 보여주는 앱 서비스였습니다.
초반에는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고 하여 만장일치로 이 주제로 한이음 공모전에 신청했습니다. 아무래도 팀장 역할을 겸하고 있다 보니 모든 결정들을 주도했습니다. 처음 이렇게 팀을 구성하여 개발을 하려고 보니 내가 옳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것인지, 불확실했고, 불투명했으며 잘 보이지 않았던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와 주었고, 믿어준 팀원들에게는 참으로 고맙습니다.
비록 성과가 좋지는 못했습니다. 예선탈락으로 7~8월 하계방학동안 열심히 하루도 빠짐없이 설계하고 개발했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한동안 너무 고통스러웠고, 결과에 동의하지 못했었습니다. 분명 결과가 뒤바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결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누구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겠습니까. 누구는 눈 감지 못하는 밤을 지내지 않았겠습니까. 핑계이고 실력일 뿐입니다.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쉬움 없이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4학년 1학기부터 현장실습으로 1년간 학교에 있지 않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3학년 2학기가 저에게 마지막 대학생활이더군요. 무엇을 해야 할까 아직도 부족하고 공부해야 할게 많은데 2학기가 되니까 혼란스럽더군요. 우선순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4학년 계획을 무사히 이행하려면 리스크가 가장 크기 때문에(이사,회사면접등) 프로젝트성 공부보다는 학교공부에 더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캡스톤 디자인 과목이 팀플 과목이었고 가장 좋은 계획은 잘하고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빠르게 만들어 내고 각자 할 일 하는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지만 역시나 순조롭지 않았고 랜덤팀 매칭이었으며, 심지어 꽤나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원하는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볼 수 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 프로젝트 경험이 이미 쌓여 있었기 때문에 팀 내에서는 아무도 팀 프로젝트 경험이 없어 또 모두를 이끌어가는 경험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사실 현실적으로 거의 확정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캡스톤 디자인 과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던것 같았고, 또 이어질 전국 ICT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학년 2학기 마지막 학교 공부를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수상
사실 캡스톤 디자인 작품은 어디까지나 팀플 그 정도까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도교수님께서 전국 ICT 공모전이 열리는데 한 번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다 문득 올해 마지막 여정의 끝은 어쩌면 이 공모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려면, 이 작품을 온전히 저의 작품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캡스톤 디자인에서 역할 분담했던 모든 것들을 제가 다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좋은 결과를 바라봐야 했으며, 그럴려면 간단하게 끝낼 수준으로 개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즈 인식, 이미지 서버 구축, 스토리 API 연동, 프런트 작업등 지금 생각해 보면 시간을 정말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개발하다 보니, 포기해야 할 부분과 가져가야 할 부분이 명확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완벽한 퀄리티는 아니었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원하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목표에는 부합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 결과, 1차 예선에 통과하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2차로 발표평가가 남았습니다. 발표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 주어야 했고, 그래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를 받아 보는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한편으로 긴장되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PPT 준비부터 다듬는 작업과 보완할 점까지 시간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2차 발표평가에 같이 동행해 준 동아리 부원들 그리고 동아리 회장님은 자차로 동행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심사 때는 생각보다 질문에 대한 의도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했습니다. 더 잘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평가받는 입장에 오랜만에 서있다 보니 많이 떨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잘 마무리하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최종 발표평가 결과가 올라왔고, 3위로 장려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기쁨과 실패했던 순간에 대한 극복, 어떻게 내가 수상을 한걸까 부터 시작해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것 같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노력에 대한 성과는 상대적이라 누군가에겐 쉬울 수도 누군가에겐 어려울 수도 있을것 입니다. 저에겐 값진 순간이었으며, 이번 노력과 성과로 인해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감히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공모전 준비로 옆에서 가장 많이 도와준 F(X) 동아리 회장님, 긴장되지 않게 함께 동행해준 동아리 부원들, 함께하진 못했지만 축하메시지를 전달해 준 다른 부원들과 좋은 경험을 제안해 주신 교수님 그리고 순간의 벅찬 기쁨을 함께해 준 가족들 모두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무리
무엇을 더 말해야 할까요. 이토록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한 해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의 나와 결정을 한 후의 나는 때론 엉성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의외의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부분들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고, 조금씩 다듬어져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한 건 앞으로 이보다 더한 시련이 찾아올 것이며, 그때마다 수없이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마다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내려진 결정의 결과에 충실하며 스스로를 더욱 단단히 다듬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성정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2025년에는 또 어떤 나 자신을 맞이할지 두렵기도 하지만,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합니다.
졸업 전 마지막 학년입니다. 비록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현장경험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배울 수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여 비교적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그 또한 이겨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고 또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이번 한 해도 잘 이겨내고 버텨주어 고맙고, 다가오는 2025년에도 행복과 기쁨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